카페용으로 만든 앱이 볼링장에 들어간 날
한 줄 답
포인토는 카페 스탬프를 대체하려고 만들었지만, 첫 외부 고객은 볼링장이었습니다. 적립의 단위를 '잔'이 아니라 매장이 정하는 숫자로 바꾸자 볼링장은 게임 수를, 학원은 출석을, 미용실은 시술 횟수를 세게 됐습니다. 지금 포인토는 카페 앱이 아니라 재방문이 있는 모든 매장을 위한 적립 시스템입니다.
포인토를 만들 때 머릿속에 있던 그림은 하나였습니다. 카페 계산대, 종이 쿠폰, 도장.
그래서 코드에도 그게 그대로 들어가 있었습니다. 화면에는 "잔"이라고 적혀 있었고, 기본 설정은 10잔에 한 잔이었고, 설명 문구는 전부 커피 이야기였습니다.
"카페용인 줄 알았는데요"
첫 외부 문의는 동탄의 한 볼링센터에서 왔습니다.
카페용 서비스인 줄 알고 반신반의하며 연락하셨다고 했습니다. 볼링장에도 쿠폰이 있었고, 똑같이 종이였고, 똑같이 잃어버렸다는 손님이 있었습니다. 문제는 완전히 같은데 제품이 카페 얼굴을 하고 있었을 뿐이었습니다.
그때 저희가 두 가지 중 하나를 골라야 했습니다.
- 볼링장용 화면을 따로 만든다
- "잔"이라는 단어를 제품에서 걷어낸다
1번을 골랐으면 지금쯤 업종별 분기가 코드에 여덟 개쯤 있었을 겁니다. 다행히 2번을 골랐습니다.
바꾼 건 사실상 한 가지였습니다
적립의 단위를 매장이 정하게 했습니다.
앱 입장에서 스탬프는 그냥 정수입니다. 그게 잔인지, 게임인지, 출석인지는 앱이 알 필요가 없습니다. 알아야 하는 건 매장뿐입니다. 그래서 단위·개수·쿠폰 이름·환영 문구를 전부 매장 설정으로 내렸습니다.
그 전
- 화면에 '잔'이 하드코딩돼 있다
- 기본값이 10잔에 한 잔으로 고정
- 쿠폰 이름이 음료 이름 전제
그 뒤
- 단위를 매장이 정한다 — 게임, 회, 번, 포인트
- 개수·리워드를 매장이 정한다
- 쿠폰 이름도 매장이 쓴다
코드로 보면 큰 변경이 아니었습니다. 제품으로 보면 다른 물건이 됐습니다. 카페 앱에서 재방문이 있는 매장이면 어디든 쓰는 앱으로요.

볼링장에서 배운 것
들어가 보니 카페와 다른 점이 있었습니다. 객단가가 훨씬 크게 벌어졌습니다.
커피는 누가 사도 4,000~6,000원 사이입니다. 볼링은 한 게임만 치고 가는 손님과 네 게임에 대여료까지 쓰는 손님이 섞입니다. 이런 곳에서 "한 번 방문 = 도장 하나"는 큰손에게 불리합니다. 그리고 큰손이 가장 먼저 알아챕니다.
그래서 스탬프만 있던 제품에 포인트 모드가 생겼습니다. 쓴 금액에 비례해 쌓이는 방식입니다. 이것도 볼링장이 알려준 겁니다.
지금은 이렇게 생각합니다
업종으로 나누는 건 대체로 게으른 설계입니다. "카페용", "미용실용"으로 나누는 순간 각 업종의 화면을 따로 관리해야 하고, 새 업종이 올 때마다 개발이 필요해집니다.
대신 저희는 이렇게 묻습니다.
이 매장은 무엇을 셀 것인가.
세는 대상만 정하면 나머지는 같습니다. 볼링장은 게임을 세고, 학원은 출석을 세고, 미용실은 시술을 세고, 세탁소는 맡긴 횟수를 셉니다. 앱은 그게 뭔지 몰라도 됩니다.
그래서 지금 카페가 아니어도 됩니다
랜딩에 "카페 · 볼링장 · 미용실 · 학원 · 동네 어디든"이라고 적어 둔 건 마케팅 문구가 아니라 실제로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혹시 "우리 업종은 좀 특이한데"라고 생각하고 계시다면, 그 특이함이 대개 무엇을 한 개로 셀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그건 설정에서 정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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